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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만섭 - 야생화처럼
    시(詩)/시(詩) 2015. 5. 23. 14:56

     

    쓸쓸함을 한껏 풀어놓을 요량으로

    문밖을 나와 무작정 길을 걷습니다

    걷고 걸으며 호젓해진 나를 발견합니다

    세상천지에 쓸쓸한 이가 나뿐이겠느냐고,

    그런저런 생각을 좇다가 어디 만큼에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세상은 쓸쓸해서 저물 수 있는 거라고

     

    늦은 오후 한때, 냇가에 쇠백로 한 마리

    쓸쓸함을 뚫어지게 붙들어놓고

    가로누운 산 등 위로 떠가는 흰 구름에 눈을 돌립니다

    어떤 계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고

    어떤 계절은 바람 불어오듯이 찾아오고

    그러나 꽃 피고 꽃 지는 일은 변함이 없으니

    마음은 왜 꽃에도 미치지 못하는가,

    구름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산 너머갔습니다

     

    더는 머물 수 없어 올려보던 눈길

    길섶에 떨구니 만개한 수크령 포기들

    이파리 호젓함을 날줄 긋듯이 올곧게 뻗어 올렸습니다

    다 늦게 꽃 대공을 타고 오르는 일개미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해찰하듯 느긋합니다

     

    밤이 오면 어쩌나, 날 저무는데

    발등 아래 번져온 어스름은 이내 생각을 앞지릅니다

    개미도 꽃잠을 자는 것일까, 이제

    수크령에게 어둠은 별밤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

    내 풀어놓은 쓸쓸함을 주섬주섬 챙겨

    그만 발길을 되돌립니다

    수크령 : 외떡잎식물 벼목 화본과의 여러해살이 풀길갱이, 랑미초()라고도 한다. 양지쪽 길가에서 흔히 자란다. 높이 30∼80cm이고 뿌리줄기에서 억센 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잎은 길이 30∼60cm, 나비 9∼15mm이며 털이 다소 있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꽃이삭은 원기둥 모양이고 검은 자주색이다. 작은가지에 1개의 양성화와 수꽃이 달린다. 작은이삭은 바소꼴이고 길이 5mm 정도이며 밑부분에 길이 2cm 정도의 자주색 털이 빽빽이 난다. 첫째 포에는 맥이 없고 둘째 포에는 3∼5맥이 있다. 수술은 3개이다.

    (그림 : 이광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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