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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 법성포 1시(詩)/박남준 2015. 5. 22. 16:30
이제 한 세월 지나면
뻘밭으로 몰려남아
옛적 기억들만 퍼질나게 떠올릴
폐선장이 다 되어 온 법성포 앞바다
어릴 적
까마득히 솟은 걸대 이루 셀 수 없고
걸대들 마디마다 두름두름 말려놓은
가진 입이면 들어 아는 범성포 영광굴비
다랑가지 아재들이 칠산 조기 낚아다가
배떼기에 돋은 비늘 쓰억쓰억 긁어내고
아가리며 아가미에 염을 먹여 맛을 내다
빼갈보다 더 독하고 양주보다 더 좋은 놈
맥주 먹고 정종 먹던 입 한잔이면 나뒹굴을
토종이지 법성토종 말술로 털어넣고
밤을 새워 두름 엮어 걸대에 걸었네
그때 아재들 가슴 참 든든해 보였는데
이제 한 세월 가고
뻘밭으로 몰려남아
아재들 똑딱배는 바다가 목마르고
폐선장이 다 되어도 밥성포 뱃놈으로 남겠다는
아직 곧은 가슴은 넉넉해 보이는데
아재의 허허 웃음이 가난에 절었구나
아재의 허허 웃음이 가난에 절었구나
(그림 : 정의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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