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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 하동시편시(詩)/정희성 2015. 4. 23. 20:23
봄이 뭍으로 와서 맨 처음 발 디딘 곳이
섬진강 하동포구 어디쯤일까
섬진강 하동포구 팔십리 길을
하루는 말고 한 닷새쯤 걸어봤으면
꿈길 같은 그 길로 바람이 불어
벚꽃이 수천수만 소쿠리 지고 나면
배꽃이 또 수천수만 소쿠리 피어나던 것을
최참판댁 뜨락에 수북이 부려놓고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퍼가라고 눈짓하듯이
그 녘 신심이 그렇게 넉넉한 건지도 몰라
언젠가 진주에서 술대접 좋이 받고
거나하게 취하여 이 길을 지나더니
다주불이(茶酒不二)라고 술 대신 내어놓은
야생차 그 맑은 향기에 정신이 들던 것을
지나가는 나그네를 불러들여
햇봄 묵은 정 다 퍼다주고서는
그만 혼자 쓸쓸해지는 평사리 봄밤 같은
벗이여 우리네 삶이 녹차 향만 하던가
벗이여 우리네 삶이 녹차 향만 하던가
(그림 : 신종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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