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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빛을 물어다 실에 꿰어 구명정 떴습니다
당신 사라지고 몇 밤 자고 난 뒤같이
안쪽으로 깊어졌네요 한풀 꺾인 계절 마루, 이별 잦은 시절에서
채곡채곡 파고들어온 가슴팍 금사자수 무늬들
마음 몰아쳐 하늘 푼 어엿한 군락새 내 것이고요
한량없는 날갯짓도 내 것이네요
온 지상의 돌덩이 깨뜨려 떼놓아도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떼놓아도 조약돌
인부들 다정 쪼을 거야 나는 못 품어 물 끼적이며 수놓겠지
생물의 소란 전연 없이도 막새 들이고 불붙는 금실 완성되느라 몸에 정 들이겠지
심정 한가운데 봄, 봄, 한수(寒水) 앞의 새가 재촉하여 새파란 하늘이겠지
새가 아길 물고 온다는 이야기가 반복될 거야
금족령 내린 계절에선 만상이 놓여날 수가 없는 거야
봄빛으로부터 눈길 거둘 때까지
초록빛 깨뜨려 초록빛 원소
세상은 내 앞에 주위에 언제나 넘치는 거야
애석만 기꺼이 내 것일 거야
핏빛 단 쇠붙이로 밝아오는 태양
금침인 듯 찰나로 터져오는 햇빛,
그걸 나는 빗장뼈에 하염없이 들이려
스란 : 치맛단에 금박을 박아 선을 두른 것. 옛날 궁중이나 반가(班家)의 부녀자들의 예장용 치마에 장식했던 것으로,
폭은 약 20cm이며, 용ㆍ봉 따위의 무늬를 놓는다.
(그림 : 김명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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