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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환 - 다시 10년 후, 옛집을 지나며시(詩)/배창환 2015. 3. 31. 12:40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신작로 가
오늘도 버스는 그 자리에 선다
물길 따라 지어놓은 작은 방둑 아래
바람은 하늘 길 따라 휭 지나가고
어디선가 날아와 쌓인 꿀밤나무 마른 잎 아래
따숩은 초겨울 햇살만 부서져 남는 곳
거기 내 옛집 초가지붕 눈부시게 있었더니
지금은 낯선 돌멩이만 구를 뿐 손바닥만한 집터만이
어쩌다 남은 수숫대와 억새를 세워
몇 대에 걸쳐 여길 거쳐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 같은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이란 오직
흐르는 세월에 꿰어 희미하게 빛나는
그립고 아픈 날들의 기억이고 편린인 것을,
다시 10년 후, 옛집을 지나며
나는 무엇으로 이 자리를 메우고 또 떠나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그림 : 고재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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