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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뜰 수 없다 하고
여관 따뜻한 아랫목에 엎드려
꿈결인 듯 통통배 소리 듣는다.
그 곁으로 끼룩거리며 몰려다닐 갈매기들을 떠올린다.
희고 둥근 배와 붉은 두 발들
그 희고 둥글고 붉은 것들을 뒤에 남기고
햇빛 잘게 부서지는 난바다 쪽
내 졸음의 통통배는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멀어져간다.
옛 애인은 그런데 이 겨울을 잘 건너고 있을까.
묵은 서랍이나 뒤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헐렁한 도꾸리는 입고
희고 둥근 배로 엎드려 테레비를 보다가
붉은 입술 속을 드러낸 채 흰 목을 젖히고 깔깔 웃고 있을지도.
갈매기의 활강처럼 달고 매끄러운 생각들
아내가 알면 혼쭐이 나겠지.
참으려 애쓰다가 끝내 수저를 내려놓고
방문을 탁 닫고 들어갈 게 뻔하지만
옛날 애인은 잘 있는가
늙어가며 문득 생각키는 것이, 아내여 꼭 나쁘달 일인가.
밖에는 바람 많아 배가 못 뜬다는데
유달산 밑 상보만한 창문은 햇빛으로 고요하고
나는 이렇게 환한 자부럼 사이로 물길을 낸다.
시린 하늘과 겨울 바다 저쪽
우이도 후박나무숲까지는 가야 하리라.
이제는 허리가 굵어져 한결 든든한 잠의 복판을
저 통통배를 타고 꼭 한번은 가닿아야 하리라
코와 귀가 발갛게 얼어서라도.
(그림 : 손영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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