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 앉아
그 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흐린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
(그림 : 김명숙 화백)
'시(詩) > 김사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사인 - 아무도 모른다 (0) 2015.06.11 김사인 - 옛일 (0) 2015.06.08 김사인 - 가난은 사람을 늙게 한다 (0) 2015.05.22 김사인 - 목포 (0) 2015.02.13 김사인 - 때늦은 사랑 (0)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