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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 녹비(錄肥)시(詩)/정일근 2015. 2. 9. 19:32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이 탄식할지라도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꽃 피워서 꿀벌에게 모두 공양 하고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땅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연인이 된다그래서 자운영을 녹비라고 부른다는 것나는 은현리 농부에게서 배웠다, 녹비나는 아름다운 말 하나를 꽃에게서 배웠다그 땅 위에 지금 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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