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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사내 가슴시(詩)/이정록 2015. 1. 5. 10:59
아들아, 저 백만 평 예당저수지 얼음판 좀 봐라.
참 판판하지? 근데 말이다.
저 용갈이 얼음장을 쩍 갈라서 뒤집어보면,
술지게미에 취한 황소가 삐뚤빼뚤 갈아엎은 비탈밭처럼 우둘투둘하니 곡절이 많다.
그게 사내 가슴이란 거다.
울뚝불뚝한 게 나쁜 것이 아녀,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 틈새로 시원한 공기가 출렁대니까 숨 쉬기 수월하고 물결가락 좋고, 겨우내 얼마나 든든하겄냐?
아비가 부르르 성질부리는 거, 그게 다 엄니나 니들 숨 쉬라고 그러는 겨.
장작불도 불길 한번 솟구칠 때마다 몸이 터지지,
쩌렁쩌렁 소리 한번 질러봐라, 너도 백만 평 사내 아니냐?
용갈이 : 용이 밭을 간 것과 같다는 뜻으로 두꺼운 얼음판이 갈라져 생긴 금.
(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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