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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 대대포에 들다시(詩)/천양희 2014. 10. 30. 21:05
갈대의 등을 밀며 바람이 분다개개비 몇 발끝 들고 염낭게 갯벌 물고 뒤척거린다
날마다 제 가슴 위에 거룻배 한 척 올려놓는 갈대밭 산다는 건
천만 번 흔들리는 일이었으나 실패한 삶도 때론 무엇인가 남긴다
남긴다고 다 남은 것일까 남긴 것 없이 남은
내 속의 물굽이들 소용돌이들
순천順天은 벌써 나를 알아버린 듯
마음의 물결까지 출렁거린다
섬은 발목 잡혀 꿈쩍 않는데 물거품이 해안까지 따라온다
언제 꽃을 바람처럼 피운 갈대들 그들이 환하다
문득 느낀다 내 어둠이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낮게 엎드린 포구 수평선 바라보다
나는 겨우 세상은 공평한가 묻고 말았다
뱃전을 때리며 파도가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물결만이 아니다
오늘도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다 말다 하였다
대대포 : 전라남도 순천시 대대동.
순천시 교량동과 대대동, 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 등에 걸쳐 있는 순천만 갈대밭의 총 면적은 약 15만평에 달한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시 상사면에서 흘러 온 이사천의 합수 지점부터 하구에 이르는 3㎞ 쯤의 물길양쪽이 죄다 갈대밭으로 뒤 덮여 있다.
드문드문 떨어져 있거나 성기게 군락을 이룬 여느 갈대밭과는 달리, 사람의 키보다 훨씬 더 웃자란 갈대들이 빈틈없이 밀생(密生)한 갯갈대밭이다.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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