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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윤 - 콩깍지 불시(詩)/서정윤 2014. 10. 13. 13:43
무서리 내리자 담장 돌무더기 올라앉은
호박잎 검게 표정 변했다
여름내 논두렁 지키던 콩대 베어
마른 마당에 널어 두드린다
어머니 매질 한 번에 콩깍지는
금세 비틀어져 연노랑 사리를 토한다
마지막 삶의 흔적 내주고
떠나가는 콩깍지 무더기
여분의 사랑 없는 목숨
아궁이에 들어가서 하룻밤
아랫목 데우며 연기 타고 오른다
여물죽 끓이는 불꽃이
마른 콩대와 깍지인 걸 몰랐던 시절
호박잎은 늘 푸름 펼쳐
자존심을 애호박으로 매달곤 했었다
단한 번도 화려하지 않았던 아버지
마른 콩대와 콩깍지 거느리고
불꽃이 되었다
서리 하얗게 내린 담장 아침에 끄덕인다
(그림 : 오수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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