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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쉰 산새 소리 낮게 깔리는 마을 뒷길
당산나무 지나며
도라지 잎으로 떨리는 손이
돌을 얹는다 어린시절
귀신 따라 오지 않게 해달라고 주먹만 한 걸
누이는 깨금발로 올렸다
큰 그늘 휘도는 서늘함
뒷털 세운 메리가 으르렁거리며 따르고
도망치듯 황급한 걸음의 그림자
저만큼 앞서 걸었다
바다 건너 먼 나라로 시집 간 누이
잘살고 있으려니 했더니
가을망초 흔들리듯 말라갔다
흰 꽃 두 송이 달랑 들고서
해식이 웃는 둥 마는 둥 꿈속에 섰다
당산나무 앞에 가 보고 싶었다
누이의 돌이 굴러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꼭 한 번 확인하고 싶었다
천년 서 있던 칠불암 석탑
장끼 울음 두 번에 무너지던 날
유년의 마을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누이가 떠났다는 소식 망초꽃 밑에 깔린다
칠불암(七佛庵) :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동 남산 봉화골에 있는 절
(그림 : 한부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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