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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윤 - 허수아비시(詩)/서정윤 2014. 10. 6. 01:22
나는 허수아비입니다
그대에게 내 마음
모두 떠나고
남은 건 허수아비
깡마른 나무토막입니다
이 표정으로는
웃을 수도 없습니다
그대를 향해 달겨드는
참새들을 쫓기위해
온종일 서 있는 허수아비
비스듬한 모자 사이로
햇살이 따가와도
짚으로 만든 가슴을 헤집고
찬 바람이 스며도
긴 밤 축축히 젖는 이슬을 맞으며
그래도 그대를 지키렵니다
가을이 지나
그대 떠난 들판에 버려질지라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즐거웠습니다.(그림 : 김동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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