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명인 - 소태리 점경(點景)
    시(詩)/김명인 2014. 9. 26. 14:06

     

     

    -현산에게 


    그대 마음 처마에도 닿아 출렁거릴 물푸름,

    가없이 뻗어나가는 이곳 동네 이름 소태리라는 곳이다
    나는 지금 둘로 나뉘었다가 하나이기도 하는 건너편 곶을 당겨놓고

    방파제 안쪽 주점에 앉아 있다. 소태리
    파도 비듬이 망사 옷깃에 슬리듯 수수바람머리로 붐빌 때.


    하루치의 굴곡, 돌아보는 생애의 파란,

    온 몸을 던져 심연 속으로 밀려나가다 이내 곰방대는 고깃배도 몇 척 시야에 섞인다,

    네가 멈춘 풍경은 이 지점일까, 나는 끊어진 네 생각을
    이 물길로 이어보지만 일몰 전의 광휘가 수만 물거울로 반사시켜 흩어버린다


    나 한때 길 끝 진리로 헤매면서 네게도 세상 끝까지
    소금으로 흘러가라 했던가, 여기서 보면 소태리
    햇빛들 구리판을 두들겨 펴는 듯 수평선 쪽이 더욱 두근대지만
    하루치의 허락 너무 짧아 바다의 길도 이내 지워진다


    소진(消盡)이 내 길이라면 나는 모든 길 끝이
    어둠 속으로 놓여나려고 뿔뿔이 저를 거두어가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다시 태어난들
    저 바다를 완성시키려고 일몰 속에
    지금처럼 이 의자에 앉아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 풍경이 너의 풍경이고 나는 다만 내 앞에
    저무는 바다가 있어 그것을 마주 대하고 있다
    끊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소태리 어둠이 모든 시야를 점령하러 오기 전
    마지막 경계가 새어나가면서 먼 곳이 한결 뚜렷해진다


    남은 노을이 나를 당겨 외로움 불거지지만
    나는 애써 외로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어졌다

    점경(點景) : 멀리 점점이 이루어진 경치

    소태리 : 경상북도 울진군 온정면 소태리 소태나무 정자가 있었으므로 소태정 또는 소태라 하였다.

    (그림 : 이완호 화백)

    '시(詩) > 김명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명인 - 화엄(華嚴)에 오르다  (0) 2014.11.13
    김명인 - 배꽃江  (0) 2014.10.30
    김명인 - 가을산  (0) 2014.09.26
    김명인 - 등꽃  (0) 2014.09.26
    김명인 - 동두천(東豆川)  (0) 2013.12.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