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광규 - 병산습지시(詩)/공광규 2014. 9. 22. 17:07
달뿌리풀이 물별 뜬 강물을 향해
뿌리줄기로 열심히 기어가는 습지입니다
모래 위로 수달이 꼬리를 끌고 가면서
발자국을 꽃잎처럼 찍어놓았네요
화선지에 매화를 친 수묵화 한폭입니다
햇살이 정성껏 그림을 말리고 있는데
검은꼬리제비나비가 꽃나무 가지인 줄 알고
앉았다가는 이내 날아갑니다
가끔 소나기가 버드나무 잎을 밟고 와서는
모래 화선지를 말끔하게 지워놓겠지요
그러면 또 수달네 식구들이 꼬리를 끌고 나와서
발자국 꽃잎을 다시 찍어놓을 것입니다
그런 밤에는 달도 빙긋이 웃겠지요
아마 달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날은
보나마나 수달네 개구쟁이 아이들이
매화 꽃잎 위에 똥을 싸놓고서는
그걸 매화 향이라고 우길 때일 것입니다
병산습지 : 경북 안동 낙동강변 병산서원앞에 위치한 습지
(그림 : 박광진화백)
'시(詩) > 공광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광규 - 겨울 산수유 열매 (0) 2014.10.14 공광규 - 모과꽃잎 화문석 (0) 2014.09.22 공광규 - 별 닦는 나무 (0) 2014.09.22 공광규 - 지족해협에서 (0) 2014.09.21 공광규 - 별국 (0) 201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