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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수권 - 까치밥
    시(詩)/송수권 2014. 8. 21. 13:51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주고 있지 않으냐.

    (그림 : 박찬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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