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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 징검다리시(詩)/송수권 2014. 8. 21. 13:56
햇빛은 산과 들에 부드럽게 빛나고
물결은 풀어져 물방아는 쿵쿵
바둑이가 든 그림책 한 권을 잘도 넘기고 갔다
바둑이 대신 어머니는 자꾸 나를 부르시고.....
지금도 물방앗간 앞을 가로지른 서른 몇 채의
어느 징검돌 위에 서서
나의 다릿심을 풀어내느라
어머니의 손을 내밀고 서서 나를 부른다
아마 그때가 입학하던 첫날이었을 게다
물방아도 봄이 되자 더 힘을 내어 돌고
내 이웃의 소녀들처럼 뒷머리채를 흔들어대며
징검돌들은 흐젓이도 물 속에 처박혔었다
낄낄낄 웃음소리를 내고 도령아 이도령아
내 뒷머리채 못 밟아준 것도 죄지.....
이날은 해가 꼴딱 지도록 어머니와 그 짓을 되풀이하여
내 다릿심이 반남아 풀리는 것을 보았다
팔짝, 팔짝, 쿵, 쿵, 물방아는 돌고 세월은 가고.....
어른이 된 지금에도 아주아주 슬픔에 발을 적시고
내가 영 일어서지 못하는 날은
조약돌 몇 개로 말낯바닥을 마구 흐려놓고
어머니는 그 돌들 위에 서서 나를 부른다.'시(詩) > 송수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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