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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 망종(芒種) 저녁시(詩)/하종오 2014. 8. 18. 23:11
상수리숲 솔숲이 산그림자를 따라 옮겨다니다가
산그림자를 거두어서 그윽하게 산정에 오른다.
찔레나무들은 희디흰 꽃을 뿜어내며 마을로 가서
홀로 밥 끓여 먹는 홀어미 집 울타리 되어 둘러서고
자드락길들이 무너지면서 비탈밭으로 몰래 들어간다.
그걸 보고 물에 잠긴 논 한 배미 두 배미 울렁거린다.
이윽고 산을 넘어오는 어스름에 곤충들이 자취를 지우고
종일 일한 괭이 호미가 흙을 털고 스르르 넘어진다.
이 저물녘, 독주 마시고도 허언하지 않고 귀가하는
한 사내도 있고 가출하는 한 사내도 있고……
개구리들이 이 세상 순한 소리를 단번에 낸다.망종芒種 : 24절기의 아홉 번째.
음력 4, 5월, 양력 6월 6, 7일 쯤이 된다.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들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75도일 때이다.
벼,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芒) 곡식의 종자(種)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옛 사람들은 망종을 5일씩 끊어서 3후(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마귀가 생기고, 중후(中候)에는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 하였다. 농사력에서는 모내기와 보리베기를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속담에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오."라는 속담이 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종까지는 모두 베어야만 논에 벼를 심고, 또 망종을 넘기면 보릿대가 꺾어지거나 부러질 염려가 있고
바람에도 넘어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남쪽에서는 '발등에 오줌싼다'고 할만큼 1년 중 제일 바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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