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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 외포리에서시(詩)/하종오 2014. 4. 30. 11:51
포구 밖에서 몇몇 집들이 산그늘에 잠긴다
산으로 올라온 오솔길은 사람을 놔두고
파도 없는 서해를 바라보며 갈 데를 잊는다
뭍은 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그 시선 위로 갈매기들이 울음을 떨구어놓는다
바다가 다시 새로운 포구를 만들며 바다 밖으로 빠진다여기까지 올 때 나도 바깥을 떠돌다 왔지만,
해안도선 수평선도 없는 바다는 처음 만난다
문득 내 옆에 새로운 포구가 다가와 자리잡고 등대를 세운다
그렇구나. 등대에는 불빛이 없구나. 갯지렁이와 밴댕이와
그리고 내 생의 자취가 길이 되어 출렁이지만,
여객선은 고동을 울리고도 한참 뱃길을 잡지 못한다
바다를 등지고 갯벌은 자주 쓰러져 신음한다
저 해송들이 왜 가지를 굽히는지 알 것만 같다
비탈은 허물어지면서도 해송들을
바다에다 옮겨 심지 않으므로 해면이 평평하게 퍼진다
이제 나는 새로운 포구를 다른 사람 곁으로 밀어내야 하나 보다포구 밖에서 나도 산그늘에 잠겨 갑자기 일생을 잃는다
(그림 : 우원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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