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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해 - 생굴 까먹는 모녀시(詩)/시(詩) 2014. 8. 9. 13:14
홀로 늙는 엄마와 생굴 까먹는 일은
슬쩍 민망한 일이다
물이끼 따개비 다 들러붙은 굴 껍질 까면
함께 늙는 자개농 문짝같이
벌컥 열리는 저 살점의 비린 것,
환갑 넘은 울 엄마
푸짐한 젖통같이 뽀얗게 쏟아지는데
조갑지만 한 살림을 나고
지아비를 얻어서도 나는 몰랐다
엄마의 몸이 얼마나 비려 쓸쓸한 껍질인지
달디 단 살점의 무덤인지
거기 붙어 무성하게 자란 나는
또 얼마나 옥죄는 물풀의 뿌린지
몸 다른 새댁같이 달게 드시는 엄마와
생굴 까먹는 일은
엄마의 숨겨둔 연애담 들추는 것 같아
모른 척 피할 일이다
씽긋, 눈감을 일이다
백중사리의 뻘밭은,
둥근 엄마의 몸을 데리고 간다
아직은 환하다(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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