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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언 - 겨울 운주사시(詩)/시(詩) 2014. 8. 5. 22:41
참으로 이상하구나
오랜 세월의 풍상 같은 몇 줌의 눈을 떠이고
일제히 허리 꺾여 낮아진 겨울 풀밭
한낱 여염 동구에 나뒹굴듯
푸석푸석 까칠한 눈 뜬 두루뭉실한 돌들도
뎅겅 목 잘려 어디론가 달아나 아예
고단했을 표정을 털고 쓰러져 있는 입석도
이곳에선 다 미륵이다
산밭갈이 보습날에 걸려 불거지는
둥글넓적 바위들 골라내 포개놓으면
이곳에선 그게 다 탑으로 일어설 것만 같다
그렇게 일어서 있는 천불천탑(千佛千塔)아 이젠
또 누가 고단한 밤을 지새워
행여 일으키려 하지 마라, 저토록
쓰러져 있어 온전한 영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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