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언 - 첫눈 오는 날에는시(詩)/시(詩) 2014. 8. 5. 22:37
첫눈 오는 날에는
그대를 향해 열려있는 마음의 길을 따라
세상의 끝까지
아주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가다 보면
이윽고 어스름 녘에 닿아서는
순백한 눈 위에 발그레하게 물든
그대 마음이
은은한 불빛으로 솔솔 새어나오는
마른 꽃 한 다발 스카프처럼 두른
아담한 창문의
외딴 카페 문 앞에 서게 되리라
잠시의 망설임 끝에
두근거리는 손길로
세상 끝에 걸려 있는 액자 같은
또 한 세상의 문을 열고
미소도 고운 불빛 속으로 들어가리라
긴 잠에서 깨어난 장작난로가
귓불 간지럽게 내뿜는 더운 숨결을
마음 훈훈해지도록 껴안는 동안
지나온 생이 걸어온 어수선한 길들이
광막한 눈밭에 묻히고
길 위에 길이 포개지는
경이로운 정경을 보게 되리라
어스름 속으로
지상의 시간 지우며 첫눈 쌓이는 날에는
따스한 불빛 속으로
마음의 끝까지 걸어가고 싶다(그림 : 한선희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언 - 겨울 운주사 (0) 2014.08.05 김영언 - 사랑 무렵 (0) 2014.08.05 김영언 - 겨울 바람 (0) 2014.08.05 김영언 - 키질 (0) 2014.08.05 김영언 - 번지 없는 그리움의 저녁 (0) 201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