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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해 - 조개가 꽃핀다시(詩)/시(詩) 2014. 8. 9. 13:18
조개가 꽃핀다
막 물이 드는 문양대로 굳은 껍질
물질 나온 아낙의 해감 안한 맨발 그대로
참숯 칠성판에 누운 조개는
오래 닫아둔 어떤 문을 열었기에
이 들끓음속에서
이 불타는 집에서
다문 입을 열어 맑은 향기로 씹힐 수 있을까
뻘을 건너듯
맨발로 가지런히 건너오고도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은 네가
내 앞에 밀쳐 놓은 마음은
오래오래 되씹히는 맨살의 향기
입 안 어디 찰랑찰랑 물 드는 소리나면
소금기 말갛게 걷힌 얼굴로
네가 구워낸 것은
자운영 꽃밭같은 바다 한 장이었다(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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