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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너와 옛 궁터 걷는데
어찌 사냔 물음에
세상, 담쌓고 산다했지
담쌓고 산다고?
흙 속에 단단히 박힌
기와조각 같은 네가 쌓은 것이
한 채에 두른 담이라면
덧나기 쉬운 것들은 빗장 지르고
흐르기 쉬운 것들은 흙으로 개어
꼭꼭 눌러 박은 이파리 붉음 한
자경전, 저 꽃담 같은 거겠지
배롱나무 꽃 지고 여름 다 가는 날,
너는 깊이 담쌓아 감춘 것을
내게 들켰으니
저 담 끝에 문 하나 두어도 좋겠다
문 끝에 이파리 하나 돋을 새겨도 좋겠다
담이 높아도 꽃은 넘는다(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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