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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 - 서해에서시(詩)/김완하 2014. 8. 5. 01:07
길의 끝 서해 무창포에서
또 하루의 끝과 닿는다
두 개의 끝이 껴안아 붉게 젖으며
바다 위로 가파르게 쏟아내는 꽃잎
이마로 가득 받고 서도
우리들 하루는
어떻게 저물어 가는지 알 수 없다
낮 동안 비워놓은 갯벌에
잘게 찍고 가는 어린 게의 발길조차
저문 바다 짜디짠 물에 쓸리고
그 아픈 상처마다 소금 절여서야
비로소 발목마다 솟는 힘
해변의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노을 알몸으로 포개어 눕는 곳
세찬 파도에 시달리는 갯벌 따라
저토록 저리디저린 신열이여
상점에 하나 둘씩 불빛 깨어나
한밤의 목마름에 젖은 입술을 대주고 있다
더 거센 힘으로 몰아치는 파도 속
발 밑에 패이던 모래의 감촉도
쉬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데,
두 개의 끝이 하나의 기다림으로 맺히는 밤
어둠 속 허물고 가는 물살에 귀를 묻어도
우리들 한 생이
어떻게 저물어 가는지 알 수 없다(그림 : 이완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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