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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 야간 비행시(詩)/최갑수 2014. 7. 4. 20:39
세상의 모든 다짐이란
또한 사랑이란
저 별의 먼 빛처럼
얼마간의 덧없음을 전제로 한다는 것
그리고 너는, 그날의 사랑은
언제나 저만치, 내 기억의 저만치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
너에게로 가는 길은
언제나 밤이다
별의 물길, 쉼없이 아가미를 감빡이며
나는 지금 밤하늘의 가장 밝은 부분을
헤엄쳐 가고 있다.
별아, 너를 따라가겠다
내 기억이 기억하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그 기억의 저편에서 깊고 환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을
추억이라는 이름의 높은 별자리, 그 속에
가파른 숨의 네가 있으니
열에 들뜬 시월의 그날들이 있으니
하지만 그대여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 이러한 나의 생(生) 또한
이름 모를 어느 별의 희미한 빛으로
쓸쓸히 남으리란 것을, 하지만
결코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을 것
오늘도 나의 창에는
해가 떠도 사라지지 않는
금의 별들만이 반짝인다
나는 지금 추억의 가장 빛나는 한 때를
거슬러 오르는 중이다(그림 : 우창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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