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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옥 - 겨울 강시(詩)/시(詩) 2014. 6. 28. 23:50
바람이 채찍질 하는 강가에 선다
온기 빠져나간 애증의 날들
겨울새 한 마리 파닥거리다
익명의 공간과 시간이 만든 작은 틈새를 지나
휑한 거리를 가로지르다따뜻했던 것들이 낱낱의 생채기로
낯선 물수제비를 뜨고
몇날 며칠의 불면과 혼돈의 씁쓸한 물무늬
질식할 것 같은 붉은 선택을 물고 자맥질 하다
지나고 나면 헛헛한 웃음과 한줌 바람인 것들
갈대들의 서걱거림으로 묵연히 서서
긴 목울대만 키우다
흘러가는 것들도
얼어붙은 자국들도
폭이 큰 흐름의 결을 이루고
알싸한 그리움의 살과 피를 만드나니
가슴으로 길을 내는 겨울 강이여,
소리 없이 여울지는 깊은 독백을
안으로 뜨겁게 삼켜라(그림 : 장태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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