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날은 혁혁하였다.
오래 된 마음자리 마르자
꽃이 벙근다
꽃 속의 꽃들
꽃들 속의 꽃이 피어나자
꽃송이가 열린다
나무 전체 부풀어오른다
마음자리에서 마음들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열엿새 달빛으로
저마다 길을 밝히며
마음들이 떠난다
떠난 자리에서
뿌리들이 정돈하고 있다.
꽃은 빛의 그늘이다(그림 : 설종보 화백)
'시(詩) > 이문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문재 - 가는 길 (0) 2014.06.18 이문재 - 빨간 우체통 (0) 2014.06.18 이문재 - 저녁 등명(燈明) (0) 2013.12.25 이문재 - 등명 (燈明) (0) 2013.12.25 이문재 - 파꽃 (0) 201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