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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 애월(涯月)에서시(詩)/이대흠 2014. 6. 9. 19:01
당신의 발길이 끊어지고 부터
달의 빛나지 않은 부분을 오래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른 마음은 초름한 꽃만 보아도 시려 옵니다
마음 그림자 같은 달의 표면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발자국이 있을까요
파도는 제 몸의 마려움을 밀어내며 먼 곳에서 옵니다항구에는 지친 배들이 서로의 몸을 빌려 울어 댑니다
살 그리운 몸은 불 닿은 노래기처럼 안으로만 파고 듭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불빛도 물에 발을 들여 놓으면초가집 모서리처럼 순해집니다
먼 곳에서 온 달빛이 물을 만나 문자가 됩니다
가장 깊이 기록되는 달의 문장을,
어둠에 눅은 나는 읽을 수 없습니다
달의 난간에 마음을 두고 오늘도
마음밖을 다니는 발걸음만 분주합니다.
(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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