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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흠 - 옛날 우표
    시(詩)/이대흠 2014. 2. 7. 01:56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던 옛날 우표

    그건 다만 추억 속에서나 있었을 뿐이지
    어떤 본드나 풀보다도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었던 시절
    그대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떨어질 수 없었지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사람의 말이 푸르게 돋아
    순이 되고 싹이 되고
    이파리가 되어 펄럭이다가
    마침내 꽃으로 달아올랐던 시절

    그대의 손끝에서 만져질 때마다
    내 혀는 얼마나 달아올랐을까
    그대 혀가 내게로 올 때마다
    나는 얼마나 뜨거운 꿈을 꾸었던가

    그대의 말과 나의 꿈이 초원을 이루고
    이따끔은 배부른 말 떼가 언덕을 오르곤 하였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람이 혀로 들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귀들이 풀로 듣던 시절
    그런 옛날이 내게도 있었지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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