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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걱은
생을 마친 나무의 혀다
나무라면, 나도
주걱으로 마무리되고 싶다
나를 패서 나로 지은
그 뼈저린 밥솥에 온몸을 묻고
눈물 흘려보는 것. 참회도
필생의 바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뜨건 밥풀에 혀가 데어서
하얗게 살갗이 벗겨진 밥주걱으로
늘씬 얻어맞고 싶은 새벽,
지상 최고의 선자(善者)에다
세 치 혀를 댄다.참회도 밥처럼 식어 딱딱해지거나
쉬어버리기도 하는 것임을
순백의 나무 한 그루가
내 혓바닥 위에잔뿌리를 들이민다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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