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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도 싫고 창도 싫다
마디마디 밥 한 그릇 품기까지
수 천년을 비워왔다
합죽선도 싫고 죽부인도 싫다
모든 열매들에게 물어봐라
지가 세상의 허기를 어루만지는
밥이라고 으스대리니,
이제 더는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
땔감도 못되는 빈 몸뚱어리가
밥그릇이 되었다 층층 밥솥이 되었다
칼집처럼 식식대는 사람아
내가 네 밥이다 농담도 건네며
아궁이처럼 큰 숨 들이마셔라
불길을 재우고 뜸들일 줄 알면
스스로 밥이 된 것이다
하늘 끝 푸른 굴뚝까지
칸 칸의 방고래마다 밥솥을 걸고
품바, 품바, 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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