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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 지나가는 말시(詩)/길상호 2014. 5. 21. 19:53
새벽 두세 시 무렵
골목을 지나는 말들 중 간간히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창문 쪽으로 고개 돌리는
그런 말 있습니다.
이 시간의 말들은 대게
술 취해 비틀대기 마련인데
흔들림 하나 없는 눈
끝내 심장까지 물들이고 마는
그 말은 아주 흔한 것이어서
부르튼 내 입술을 거쳐
사라졌던 것이기도 해서
언젠가는 지나가며 내뱉은 말,
너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이런 말도 찾아오겠구나 싶어
창문을 닫는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후두둑
투명한 눈동자를 깨뜨리며
유리에 달라붙는 말, 말, 말오늘도 불면은 계속됩니다.
(그림 : 오치균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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