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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바다는 매번 너무 젊어서시(詩)/장석남 2014. 5. 18. 00:55
바다에 가는 길이 아니었는데도
우리들 발걸음은 결국 바다에 닿는 것이 아닌가.
바다에 가는 길이 아니었는데도
우리들 넋은 결국 바닷가에 머물며 물 빠진 해변을 밤새 걷지 않던가.
내가 밟고 다녔던 바닷길들
때로 저녁 밀물 위에 음악처럼 노을로 떠서 출렁이고
그 노을 빛을 딛고 오라 하는 이가 있어서
수평선 너머의 바다는 가장 간절한 망설임의 표정으로
지금 내 속으로 오고 있는 것이 아닌고.
바다는 매번 너무 젊어서 지금 바다에 비가 온다.
그런데 저것은 비 이외(以外)의 또 무엇인고.
바다는 매번 너무나 젊어서 저것은 파도 以外의 또 무엇인가.
바다에서 거두어 오는 발걸음은 늘 발걸음 하나만은 아니어서
바다 또한 더 멀리 아주 가지 않고 돌아오기를
아직도 너무 젊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그림 : 이유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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