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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영 - 가을강
    시(詩)/문정영 2014. 5. 12. 14:50

     

    적막 하나를 풀잎 끝 잠자리 한 마리가 끌고 갑니다

    서녘 땅 하늘이 두꺼운 구름으로 포개집니다

    먼지 낀 해가 온몸을 씻으려 물가로 내려가지만

    마른 돌멩이가 등줄기를 때립니다

    한때 육신은 풍만하여 강둑 너머에서도 탄성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아픈 허리마저 늦가을의 서리처럼

    차갑게 굳어만 갑니다

     

    흐르는 것이 어찌 제 맘으로만 되겠습니까

    강둑 아래 다년생 풀들도 어느덧 검은 뿌리로 돌아가고

    남은 것은 내 몸 속에서 더 이상 솟구쳐 오르지 못하는

    어린 피라미 새끼들을 고요히 살찌우는 것입니다

    어쩌다 수척한 몸에 윤기가 흐르는 날에는

    금빛 햇살을 물고 가던 천둥오리들도 생각납니다

    지금은 따순 남쪽으로 세간을 옮겼을 암놈들의 주둥이에

    가득 고기를 물려주고 흐뭇한 표정을 짓던 시간들이

    지금은 하류에서 잔주름을 접고 있습니다

     

    끌려가던 적막이 다리 난간에 걸려

    툭, 끊어지면 나는 다시

    얼음살 찌우며 겨울 물살로 견디어 갈 것입니다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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