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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몸 속에
언제부터 촘촘히 박혀 있었을까
저 버팀목들은,
괴여 있던 시간들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하나씩 밑동이 뽑히는,
한낮에 웅성거리던 지식의 기둥은
부질없는 탑이었다
쌓여서 커다란 소원을 기도하더니
조각조각 부서져 내린다
이제 내가 손쓸 수 없는 지점에서
손떼 묻은 버팀목들은 횡으로 떠내려간다
2.
창살의 문을 올리고
공원으로 새들이 날아간다
비로소 날개를 갖게 되는 검은 나무들도 펄럭인다
새들이 돌아온 나무는
혼자서도 숲을 이루어 바람을 쉬어 가게 한다
더 이상 버팀목이 없어도
동구만이 의자 하나를 비워 주는
나무의 그림자(그림 : 김은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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