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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 오동나무시(詩)/문정영 2014. 5. 12. 14:53
아버지가 마흔 해 전에 심어 둔
앞뜰 오동나무의 오른쪽 어깨가 저려 보입니다
오른팔은 강에서 더 가깝고
찬바람은 강둑을 타오르면서 거세어집니다
세상의 물결에 오른쪽 관절들이
수전증처럼 떨립니다
더 이상 회초리를 들 수 없는 그의 팔뚝이
살아온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일까요
저린 팔의 반대쪽 발등에 침을 놓습니다
경락의 연결이 이제 조금씩
늦어지는가 봅니다
해질 무렵 저린 팔 두드리는 소리
제 생애의 욕(慾)들에 못질하는 소리
자신이 가꾸어 놓은 뜰을 건너지 못합니다
가슴 비워야 오동나무 팔을 온전히 뻗을 수 있을 것인데
너무 속을 가득 채우고 살았는가 봅니다(그림 : 장용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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