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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재종 -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시(詩)/고재종 2014. 5. 11. 11:50

     



    그토록 흐르고도 흐를 것이 있어서 강은
    우리에게 늘 면면한 희망으로 흐르던가.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듯
    굽이굽이 굽이치다 끊기다
    다시 온몸을 세차게 뒤틀던 강은 거기
    아침 햇살에 샛노란 숭어가 튀어오르게도 했었지.

     

    무언가 다 놓쳐버리고
    문득 황황해하듯 홀로 강둑에 선 오늘,
    꼭 가뭄 때문만도 아니게 강은 자꾸 야위고
    저기 하상을 가득 채운 갈대숲의
    갈대잎은 시퍼렇게 치솟아오르며
    무어라 무어라고 마구 소리친다.
    그러니까 우리 정녕 강길을 따라 거닐며
    그 윤기나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던
    날들은 기어이, 기어이는 오지 않아서
    강물에 뱉은 쓴 약의 시간들은 저기 저렇게
    새까만 암죽으로 끓어서 강줄기를 막는 것인가.

     

    우리가 강으로 흐르고
    강이 우리에게로 흐르던 그 비밀한 자리에
    반짝반짝 부서지던 햇살의 조각들이여,
    삶은 강변 미루나무 잎새들의 파닥거림과
    저 모래톱에서 씹던 단물 빠진 수수깡 사이의
    이제 더는 안 들리는 물새의 노래와도 같더라.


    흐르는 강물, 큰물이라도 좀 졌으면
    가슴 꽉 막힌 그 무엇을 시원하게
    쓸어버리며 흐를 강물이 시방 가르치는 건
    소소소 갈대잎 우는 소리 가득한 세월이거니
    언뜻 스치는 바람 한자락에도
    심금 다잡을 수 없는 다잡을 수 없는 떨림이여!


    오늘도 강변에 고추멍석이 널리고
    작은 패랭이꽃이 흔들릴 때
    그나마 실날 같은 흰줄기를 뚫으며 흐르는
    강물도 저렇게 그리움으로 야위었다는 것인가.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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