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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 꽃 터져 물 풀리자시(詩)/고재종 2014. 5. 11. 11:37
저 강변 마을마다 매화꽃은 터져
강물은 다시 풀리고
이 아침, 사람들은 보리밭으로 나간다
뼈가 마르는 외로움에 지친
저 참절의 먹때왈빛 얼굴들
날피리 떼 일기 시작하는 강물에 씻고
또 매화꽃을 바라본다
보아라, 저 유장한 강물보다
더한 그리움의 속절들 있어
서러운 나라와 폐허의 마음을 딛고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
보리거름 주다 잠시 쉴 짬에도
거기 벌써 푸릇푸릇한
냉이 달래 지칭개를 한 웅큼씩 뜯는가
저 강변 마을마다 매화꽃은 터져
강물 위로 통통통통
흰비오리 떼를 냅다 달리게도 하는
그 맑고 생생한 서러움으로
이 저녁, 집집마다에선
봄나물국이 쩔쩔 끓을것이라면
이 봄이 저리 환해진들 또 어쩌겠느냐(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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