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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 - 아버지의 연장시(詩)/양문규 2014. 4. 24. 10:49
아버지 집에는 오래된 낡은 연장들이 많다
어깨가 빠진 지게 이가 빠진 낫살 휘어진 갈퀴
손자루가 부러지거나 몸통만 남은 괭이 삽 호미 망치 도끼
녹슨 쟁기, 농사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크고 작은 연장들
집구석 여기저기에 처박혀 있다
한낮인데도 들판으로 나가지 않고 깊은 잠 속에 빠져 있다해 뜨는 이른 봄부터 해질녘 늦은 가을 까지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 주던 연장들
아버지 제 살붙이처럼 어루만지고 있다휘어지고 부러진 녹슨 연장보다
흰머리 삐걱대는 팔다리
캄캄한 눈, 들리지 않는 귀,
자신의 몸뚱이가 더 늙고 병들었건만
아직까지 밥만 축낸다며 볼멘소리를 한다저 연장들 잠만 잔다고 안타까워 그렁거린다
(그림 : 김경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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