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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랑 - 두견
    시(詩)/김영랑 2014. 4. 13. 11:02

     

    울어 피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평생을 원한과 슬픔에 지친 작은 새
    너는 너른 세상에 설움을 피로 새기려 오고
    네 눈물은 수천세월을 끊임없이 흐려놓았다
    여기는 먼 남쪽땅 너 쫓겨 숨음직한 외딴 곳
    달빛 너무도 황홀하여 후젓한 이 새벽을
    송기한 네 울음 천길바다 밑 고기를 놀래고
    하늘가 어린 별들 버르르 떨리겠고나

    몇 해라 이 삼경에 빙빙 도-는 눈물을
    슷지는 못하고 고인 그대로 흘리었노니
    서럽고 외롭고 여윈 이 몸은
    퍼붓는 네 술잔에 그만 진을 껶으니
    무섬증 드는 이 새벽까지 울리는 저승의 노래
    저기 城 밑을 돌아다가는 죽음의 자랑찬 소리여
    달빛 오히려 마음 어둘 저 흰등 흐느껴 가신다
    오래 시들어 파리한 마음 마조 가고지워라

    비탄의 넋이 붉은 마음만 낱낱 시들피느니
    짙은 봄 옥 속 춘향이 아니 죽었을라디야
    옛날 왕궁을 나신 나이 어린 임금이
    산골에 홀히 우시다 너를 따라 가셨더라니
    고금도 마주 보이는 남쪽 바닷가 한많은 귀양길
    천리망아지 얼렁소리 쇤 듯 멈추고
    선비 여윈 얼굴 푸른 물에 띄웠을 제
    네 한된 울음 죽음을 호려 불렀으리라

    너 아니 울어도 이 세상 서럽고 쓰린 것을
    이른 봄 수풀이 초록빛 들어 풀 내음새 그윽하고
    가는 댓잎에 초생달 매달려 애틋한 밝은 어둠을
    너 몹시 안타까워 포실거리며 훗훗 목메었으니
    아니 울고는 하마 지고 없으리 오! 불행의 넋이여
    우진진 진달래 와직 지우는 이 삼경의 네 울음
    희미한 줄산이 살풋 물러서고
    조그만 시골이 흥청 깨어진다

    (그림 : 이양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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