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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 뒹구는 솥시(詩)/이상국 2014. 4. 10. 14:00
개울말 양구집 이사 가며
마당에 무쇠솥 버리고 갔다
봄 가을 기름 먹이고 햇빛에 닦아 걸면
뜨거운 불길에 스스로 살아 몸을 태우던 솥
소도 들판도 그 속에 들어가면 밥이 되었다
한 세상과 또 다른 세상 사이,
물과 피 사이의 부뚜막에 걸렸던 솥
그 속에 삶을 넣고 뜨겁게 끓이기 위하여
바람 부는 벌판에서 세상의 물꼬에서
우리는 그렇게 싸우고 울었다
양구집 또 다른 부뚜막을 향하여
매운 연기에 눈물 흘리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가고
빗물 고여 뒹구는 솥 안에
빈집 한 채 잠겨 있다(그림 : 장명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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