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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구나 오늘도
동편에서 서편으로
서편에서 동편으로
물이 되어 물로 눕지 못하는구나.
꿈꿀 건
온몸에 솟아나는 허연 거품뿐
거품 되어 시시때때 모래땅 물어뜯으며
입맞추며 길길이
수평선 되러 가는구나.
떠돌며 한 바다
막으러 가는구나.
누가 알리
엎드려야만 기껏 품에 안아 보는 세상
날선 바람떼 굽은 잔등 훑고 가면
쓰러져 내리는 길, 길 따라
사랑이 얼마만 하더냐, 묻는 먼지알 신음소리
목숨의 길이 얼마만 하더냐, 묻는 먼지알 신음소리
등덜미에 철썩철썩 부서져
떠도는구나 오늘도
동편에서 서편으로
서편에서 동편으로
물이 되어 물로 눕지 못하는구나.
아, 이 벽에서 저 벽
저 벽에서 이 벽
끝내 거품 되어 피 넘쳐 넘쳐
수평선이 흐느끼는구나
흐느끼며 한 세상
거품 속에 세우는구나.(그림 : 박철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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