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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은교 - 파도
    시(詩)/강은교 2014. 3. 26. 12:46

     

    떠도는구나 오늘도
    동편에서 서편으로
    서편에서 동편으로
    물이 되어 물로 눕지 못하는구나.
    꿈꿀 건
    온몸에 솟아나는 허연 거품뿐
    거품 되어 시시때때 모래땅 물어뜯으며
    입맞추며 길길이
    수평선 되러 가는구나.
    떠돌며 한 바다
    막으러 가는구나.

    누가 알리
    엎드려야만 기껏 품에 안아 보는 세상
    날선 바람떼 굽은 잔등 훑고 가면
    쓰러져 내리는 길, 길 따라
    사랑이 얼마만 하더냐, 묻는 먼지알 신음소리
    목숨의 길이 얼마만 하더냐, 묻는 먼지알 신음소리
    등덜미에 철썩철썩 부서져

    떠도는구나 오늘도
    동편에서 서편으로
    서편에서 동편으로
    물이 되어 물로 눕지 못하는구나.
    아, 이 벽에서 저 벽
    저 벽에서 이 벽

    끝내 거품 되어 피 넘쳐 넘쳐
    수평선이 흐느끼는구나
    흐느끼며 한 세상
    거품 속에 세우는구나.

    (그림 : 박철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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