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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 - 감을 매달며시(詩)/양문규 2014. 2. 28. 13:52
어머니 툇마루에 걸터앉아 감 깎는다
족히 열 접 넘어 보이는 감들
어머니 손끝에서 껍질 벗겨진다
나는 잘 깎인, 둥그런
감들 싸리꼬챙이 꿰어 처마 끝에 매단다
시커먼 그을음뿐인
내 몸도 실은, 속살마저
가을볕으로 포개지는 연한 건시(乾柿)가 되고 싶다
헌 푸대 자루에 담긴
저물 대로 저문 어머니 뼈같이상강(霜降) 무렵, 허공 중에 매달리고 싶다
(그림 : 마영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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