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문규 - 수국(水菊)시(詩)/양문규 2014. 2. 28. 13:22
물방울이 물방울을 꿰어꽃을 피우고 있다
하얀 꽃, 물 바구니가
제 생긴 모습 그대로 물기를 머금은 채
겹겹 달빛을 비틀어 매고
물의 꿈을 꾼다
머언 바다
하늘에 묻혀 있는
흰 구름,
검은 돌탑을 스치고
물 바구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바람은 매양 절 속에서
나래를 접고 깊은 숨쉬기를 한다
모든 것들의 울음으로
마르지 않는, 물의 꿈을 몸 속에 가둔다
대웅전 위에 얹혀 있는
큰 산 하나
자정 너머
마지막 달빛을 쓸어안고
적묵당(寂黙堂) 돌담 옆,
꽃나무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그림 : 노숙자 화백)
'시(詩) > 양문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문규 - 직지(直指) (0) 2014.02.28 양문규 - 애기똥풀 (0) 2014.02.28 양문규 - 영국사에는 범종(梵鐘)이 없다 (0) 2014.02.28 양문규 - 화골 사람들 (0) 2014.02.28 양문규 - 겨울이었다 (0) 201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