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문규 - 직지(直指)시(詩)/양문규 2014. 2. 28. 13:28
직지사 나무들은 달을 가리키고 있다
둥글게 말아 올린 일주문의 칡뿌리와 싸리나무도 달을 우러러 보고 있다
부처 부처의 아기부처도 달빛을 타고 있다
참매미의 참 울음소리
지난밤 달의 수액을 받아먹고 둥글어진 나무들을 닮아 있다
목백일홍은 바람보다도 흰 목을 하늘에 바치고 있다
나무들의 뿌리를 적시던 차진 물소리
담벼락의 머루 다래도 달빛을 머금고 있다
네모난 말을 쏟아내는 짐승들이
둥근 달무리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입속의 짧은 혀,오직 침묵만으로 나무들에게 절하며 걷고 있다
(그림 : 홍성모 화백)
'시(詩) > 양문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문규 - 절 속에 집이 있다 (0) 2014.02.28 양문규 - 감을 매달며 (0) 2014.02.28 양문규 - 애기똥풀 (0) 2014.02.28 양문규 - 수국(水菊) (0) 2014.02.28 양문규 - 영국사에는 범종(梵鐘)이 없다 (0) 201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