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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루 넘어가던 눈발들이
그만 쉬어 가자 쉬어 가자,
산마을에 든다
더는 못 가겠다고
절벅절벅 주저앉는 눈발들,
가쁜 숨을
가쁜 걸음걸음을
산마을에 부린다
하루걸러 사흘 나흘 닷새
길은 끊기고
밤새 고라니가 다녀갔다
똥글똥글
콩자반 같은 똥을
상사화 지던 처마 밑에
찔끔 누고
무청도 얼은 배춧잎도
없는 사내의 집을
순하게 다녀갔다
까마득 고픈 눈빛만
말똥말똥
까맣게 두고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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