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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철 - 양포에서
    시(詩)/이기철 2014. 2. 20. 16:36

     

    저 물빛같이 살 수는 없을까
    아침이 활발한 물고기처럼 살 수는 없을까

     

    떠날 것은 다 떠나 보내고 혼자 남아 있는 섬
    아침마다 새로워지기 위해 빗장을 푸는 바다
    말미잘들의 노래도 죄다 알아듣는 해안선
    온종일 물의 손가락이 애무하는 것은 천 조각 물살뿐
    거머쥔 손이 먼저 은(銀)이 되는 것은 물결뿐이다

     

    누구라도 바다같이 사는 것은 어렵겠지만
    누구라도 물살같이 사는 것은 쉬운 일이다
    슬플 땐 눈시울 적시며 쟁쟁쟁 울음 울고
    기쁠 땐 찰싹찰싹 물의 현을 켜며 노래 할 수 있는 것은
    물살뿐이기 때문이다

     

    파도가 없으면 생도 없다고
    파고가 없으면 삶도 끓어오르지 않는다고
    먼저 오는 물결이 뒤에 오는 물결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말한다

     

    저 푸른 식욕을 보며 밥 먹고
    저 푸른 산욕을 보며 손 거친 바다 여자와 눈맞추면
    마침내 나는 조약돌 같은 아이 하나 얻을 수 있을까

     

    제 몸보다 더 푸른 수사를 허용치 않는 바다 곁에서
    나는 한 마리 넙치로 누워 천년을 숨겨온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는
    나는 이 물을 떠나지 않으리라

    (그림 : 김정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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