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철 -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시(詩)/이기철 2013. 12. 22. 00:33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면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그림 : 박용섭 화백)
'시(詩) > 이기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철 - 꽃 이우는 시간 (0) 2014.02.15 이기철 -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0) 2014.01.07 이기철 - 가을 우체국 (0) 2013.12.22 이기철 - 우수의 이불을 덮고 (0) 2013.12.22 이기철 - 부부 (0) 201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