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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 옻닭 먹은 날시(詩)/고두현 2014. 2. 3. 21:02
유난히 눈을 좋아하는 그대
예쁜 손목 잡고 싶을 때
행여 차가울까
옻닭 먹으면 추위 덜 탄다는
그 말이 더 따뜻하고 고마워서
생옻닭 국물 한껏 마셨네.
새벽이 되자 마음이 가려웠네.등도 배도 가슴도옻 오른 팔목도 붉게 탔네.
아침까지 온몸 가득 꽃 피는 들판
햇빛마저 쏟아붓네.
이렇게 뜨거운 것들이 모여
바알갛게 익은 꽃들을 피우고 나면
얼마나 깊은 열매 맺을까 그 열매땅으로 내려 그리운 뿌리까지 가 닿고 난 뒤엔
또 어떤 꽃이 그대 앞에 필까.
꽃 지고 열매 지고 뿌리까지 지고 난 뒤에도
변함없이 겨울은 오고 눈은 내리고
설국을 사랑하는 그대 손끝까지
부드럽고 따숩게 가 닿기 위해
마디마디 손금 데우며
혼자 화끈거리는데
아 그토록 차가웠나
내 손 내 몸 내 마음
설국까지 가기 전에
내 몸이 먼저 하얘지네
눈시울 붉어지네
너무 오래 외로워서 손발 시린 세상도
이렇게 한번 덥혀졌으면
한겨울 오기 전 타는 그리움
그대 흰 손 잡아보려
내 손 아프게 데우는 연습(그림 : 이완호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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